주능선 서쪽으로 뻗은 가지능선에 위치한 제5호분입니다. 고분의 밑면길이는 약 15m, 잔존높이는 1.5m로 추정되며, 봉토의 서쪽으로는 경작에 의해 개간된 밭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입니다.
고분의 봉토를 모두 제거하자 총 8개의 덮개돌이 발견되었는데, 남쪽의 3개는 온전한 상태였지만 북쪽에 위치한 나머지는 파손되어 있었습니다. 모두 대형 덮개돌들로, 제일 남쪽에 덮인 것의 위쪽 면에 여러 가지 모양의 글씨, 그림, 무늬가 있었는데, ‘수하왕(壽下王)’이라 새겨진 글씨도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안라국의 수장으로서 왕의 존재가 실재하였고, 왕의 이름을 사용하는 고대국가의 일면을 알 수 있는 자료로 널리 이용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1994년 발굴조사 당시 정밀판독 결과 ‘수하왕(壽下王)’은 ‘하삼기(下三奇)’로 다시 판독되었습니다. 고분 인근에 ‘삼기동(三奇洞)’이라는 자연촌락이 형성되어 있으며, 지금도 고분 아래 지역을 ‘하삼기동(下三奇洞)’ 또는 ‘아랫삼기’라는 지명으로 불리고 있어 과거 덮개돌의 일부가 노출되었을 때 누군가 낙서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덮개돌에 새겨진 글씨는 제5호분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무덤의 구조는 구덩이를 파고 돌로 벽을 짜 만든 수혈식석관묘입니다. 땅을 긴 타원형으로 파내어 만들었으며 서쪽은 동쪽에 비해 무덤의 깊이가 얕은 편이고 석곽을 축조할 때 상단부까지 암반토로 채워 측벽을 쌓아 올렸습니다.
석곽 내부 바닥은 주먹크기의 조약돌을 고르게 깔아 시신을 두는 받침대로 만들고, 시신이 안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앙부에는 비교적 큰 크기의 조약돌을 깔아놓았습니다.
석곽 내부의 유물배치는 세 부분 나뉘어져 있는데, 중앙부는 유리옥 외에 다른 부장유물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시신의 매장공간으로 활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석곽의 북쪽은 등자(발걸이), 재갈 등의 마구류와 철모, 철부, 철족 등의 철기류가 매장된 부속공간으로 파악되며, 남쪽은 별다른 유물이 출토되지 않고 대부분의 공간이 비어 있는 상태로, 두 구의 순장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 광구소호 2점, 화염형투창고배(불꽃 모양의 창을 낸 굽다리접시) 2점, 철겸 1점이 출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