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호분은 말이산고분군 주능선 정상부에 있는 대형 봉토분으로, 아라가야가 유력한 정치체로서 처음 두각을 나타냈던 5세기 초(1600년 전) 아라가야 지배자의 첫 왕릉급 무덤으로 추정됩니다. 봉분의 지름은 20m, 높이가 1.8m로 구릉 정상부의 암반을 깎아 조성되었습니다. 매장주체부(시신을 묻는 장소)는 덧널무덤으로 길이 6.7m, 너비 2.7m 규모의 대형무덤입니다. 또한 45호분은 목곽(나무덧널무덤)에서 석곽(돌덧널무덤)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45호분에서는 다양한 모양의 상형토기와 말갖춤, 투구, 갑옷 등의 고급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특히, 무덤 내부 피장자의 머리 위쪽에 있는 유물부장공간에서 집모양 토기, 배모양 토기, 사슴모양 뿔잔, 등잔모양 토기 등 다양한 상형토기가 출토되어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사슴모양토기는 출토품을 공개할 당시에는 동물모양 뿔잔으로 보았으나, 목곽묘 무덤방 바닥을 다시 수습하다가 사슴으로 보이는 머리 쪽 조각이 추가로 발견되었습니다. 이 조각이 동물모양 뿔잔의 몸체와 딱 들어맞아 사슴모양의 조형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길이 17㎝, 높이 19㎝에 달하는 이 작품은 굽다리에 불꽃무늬 투창(토기 굽에 뚫린 구멍)을 새긴 타원형의 몸체와 아래로 쳐진 꼬리를 붙인 후 U자상의 뿔잔을 올린 형태입니다. 이 토기는 사슴이 뒤를 바라보는 순간의 특징을 절묘하게 포착했습니다. 사슴류의 갸날픈 머리와 긴 목의 사실적 표현과 불룩하면서도 유연한 타원형 몸체의 초현실적인 이미지 등 빼어난 조형미를 갖춘 최고의 걸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집모양 토기는 술 주전자로 추정되며 맞배지붕의 고상가옥 형태로 파손 없이 온전하게 출토되었습니다.
배모양 토기는 유선형의 평면을 가진 준구조선 형태로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배모양 토기의 상당수가 아라가야계 토기라는 점이 매우 상징적입니다. 이처럼 45호분은 1600년 전 아라가야인들의 화려한 토기제작기술과 뛰어난 건축기술, 조선술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